You are here

바깥은 햇빛이 내리쬐는 여유로운 여름이 한창이건만, 혼천 신사의 마작실 안에서는 폭풍전야와 같은 무거운 분위기 속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이치히메에게 간식을 주러 갔다가 이 광경을 본 나는 깊은 숨을 들이킨 뒤 무덤덤하게 결론을 내렸다

바깥은 햇빛이 내리쬐는 여유로운 여름이 한창이건만, 혼천 신사의 마작실 안에서는 폭풍전야와 같은 무거운 분위기 속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이치히메에게 간식을 주러 갔다가 이 광경을 본 나는 깊은 숨을 들이킨 뒤 무덤덤하게 결론을 내렸다. [player]'악마의 강림' 마냥 누군가가 어두운 기운을 내뿜는 걸 보니, 요즘 자주 오는 그 사람이 와있나보네. [미카미 치오리]역만! 말을 끝낸 대국 중이던 금발의 소녀는 활기차 보였다. 빨간색 머리띠에 뻗어나온 경고 표시 같은 두 개의 느낌표는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왔다가는 뒷감당은 스스로 해야할 거라고 말하는 듯 했다. 점수봉이 전부 한쪽으로 쏠려 있는 걸 보니, 미카미 치오리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쥔 모양이다. [미카미 치오리]흥, 빈 수레 주제에 소리만 요란하잖아? 그렇게나 자신만만했던 주제에 실력이 이거밖에 안 돼? 치오리를 지켜보던 관중들이 감탄하는 와중, 맞은 편에 앉아 있던 작사는 풀이 죽은 모습으로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작사 A]꼬맹이라서 봐준 것 뿐이야. 안 그럼 무슨 재미가 있겠어? [작사 B&작사 C]그럼, 그럼, 그럼! 작사 A의 말에 다른 두 명의 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치자, 치오리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미카미 치오리]뭐어? 져 준 거라고? 당신들 같은 '유리 아저씨'들이? [작사 C]유리? [미카미 치오리]아저씨들의 마음이랑 손패가 꼭 유리 같아서 전부 훤~히 드러나 보였지 뭐야? [작사 B]크윽…… 하하, 그냥 웃자고 하는 소리였어.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잖아? [미카미 치오리]그건 나도 마찬가지. 그런데 아저씨들은 변명 거리 찾는 게 아까 마작을 칠 때보다 더 진심인 것처럼 보이더라고. 치오리가 거침없이 몰아붙였고, 주변에서는 점점 세 명의 작사가 한 언행에 대한 불만의 여론을 만들어냈다. 그들의 표정은 점점 난처해지더니 결국 벌개진 얼굴을 푹 숙이고 말았다. [작사 A]우리가 너무 속이 좁았어. 미안해. [미카미 치오리]나한테 사과할 시간에, 가서 연습이나 더 하지 그래? 무능한 주제에 말만 앞서는 작사 따윈 발에 채이도록 봐 왔어. 관중들의 야유 소리에 세 명의 작사는 귀를 붉히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고, 모든 걸 지켜본 나는 감탄하며 치오리에게 말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