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here

역시 혼자 먹는다

여, 역시 그만두죠, 저 혼자 먹을게요. 에이, 내가 먹여 주면 어때서, 귀염성이 없네. 한참을 머뭇거리다니, 떠먹여지는 게 부끄러워서 그렇구나? 뭐, 조금은…… 헤헤, 드디어 네가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게 됐네. PLAYER, 넌 오늘 계속 평소랑 같아 보였다고. 나 혼자만 데이트 때문에 긴장한 것처럼 보여서 뭔가 지고 있는 느낌이었어. 또 이상한 승부욕이 튀어나왔네…… 하지만 확실히 누가 떠먹여 주는 건 좀 그래요, 항복. 이제 제대로 선배의 솜씨를 맛보도록 하죠. 어떤 것부터 먹어 볼까…… 우선 이 미트볼. 하압…… 으음?!!! 무, 물…… PLAYER, 목에 걸린 건 아니지?! 자자 자, 물 마셔. 꿀꺽…… 걱정 마,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이 미트볼이 너무 매워서 놀랐어요. 아, 미안, 내가 음식을 조금 맵게 한다는 걸 말 안해줬네. 조금 맵다고?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 다르다지만, 나와 시라이시 선배의 '조금 맵다'에 대한 이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듯하다. 난 여전히 얼얼한 혓바닥에 손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미트볼에는 손을 대기가 겁나, 옆에 있는 야채로 젓가락을 돌렸다. 하압…… 끄윽, 이 익숙한 코를 찌르는 느낌, 겨자? 맞아, 엄마가 브로콜리는 간장 겨자를 뿌려야 맛있다고 했어. 저 돈까스 위에 노란색이 설마…… 역시, 겨자구나. 콜록콜록, 미안한데, 다시 물 좀…… 디저트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반찬들이 각기 다른 스타일의 매운맛을 자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심지어 흰쌀밥마저 어딘가 은은한 고추 향이 맴도는 것을 느끼고는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저 디저트들은 과연 '디저트'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선배, 혹시 매운 걸 좋아하는 거예요? 맞아, 우리 집은 다들 매운 걸 좋아해. 하지만 네가 매운 걸 잘 못 먹을까 봐, 오늘은 특별히 좀 싱겁게 했어. 싱겁게라…… 선배가 먹고 있는 그것 좀 줘 볼래요? 나는 다시 한번 내가 먹고 있던 도시락을 의심했다. 하지만 시라이시 선배의 도시락을 맛본 후, 나같은 약자는 '싱거운 도시락'을 즐길 수 없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미남의 목소리 휴, 네 요리는 항상 너무 맛있어. 네 요리에 내 입맛이 길들여질까 봐 걱정된다. 물을 마시며 매운 걸 가라앉히던 중 뒤에서 미남 씨의 감탄이 들려왔다. 나는 부러워하며 뒤돌아서 그가 어떤 음식을 즐기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그리고 난 곧 더없이 진귀한 장면을 목격했다. 맛있다…… 멈출 수 없어, 다음엔 조금 적게 만들어. 살찌면 미남이 아니니까. 할 말 있으면 하고, 맛있으면 계속 먹어. 우선은 그의 도시락에 눈에 띄는 보라색 거품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몰랐고,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얼굴이 창백해지고 눈이 뒤집힐 수 있는지는 더더욱 몰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 미남 씨의 얼굴에 표출된 행복한 미소는 진짜였다. 아마도…… 이건 사랑이다. 나는 혼란과 달콤함이 뒤섞은 화면에서 시선을 돌려 나의 도시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머릿 속에 시라이시 선배가 도시락을 준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떠올랐다. 햇빛에 녹아든 그녀의 미소를 떠올리니 나는 방금 전의 나의 나약함이 굴욕적으로 느껴졌다. (소곤) 조금 매울 뿐이지, 별 거 없어. 선배가 힘들게 준비한 도시락인데, 반드시 클리어해야지…… ……응? PLAYER, 땀이 한가득이네, 너무 매운 거 아냐? 그럴 리가요! 싱거워요, 전혀 안 매워요. 걱정 마세요, 땀 좀 흘린다고 몸이 어떻게 되진 않으니까. 으음, 맛있다! 역시 선배밖에 없어요. 요즘 날씨도 추운데, 매운 거 먹기 딱 좋죠, 콜록콜록콜록! 괘, 괜찮은 거지? 괜찮아요…… 너무 맛있어서 그래요, 후후…… 너무 급하게 먹었나, 물 좀 마시면 괜찮겠죠. 정말 괜찮아? 얼굴이 새빨개졌는데? 너무 매우면 억지로 먹지 마. 안 돼요! 계속 먹자, 멈추지 말자. 먹으면서 흘리는 땀은 행복의 증거다! 내 손에 있는 도시락은 절대 간단한 도시락이 아니다, 이것은 사랑이다! 사랑!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는…… 호랑이 굴에 들어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소곤) 걱정 마요, 아무리 매워도, 적어도…… 적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테니까! 부어오른 입술로 도시락을 씻으러 가려 하자, 마침 미남 씨 역시도 창백한 얼굴로 일어섰다. 그는 어딘가 혼이 빠진 눈빛이었지만, 행복한 미소는 여전했다. 여어…… 친구, 도시락은 다 먹었나…… 당연하지…… 깨끗하게 클리어…… 친구여, 자네는 이거라네. 미남 씨는 엄지를 치켜들었고, 나는 미소로 회답했다. 삶은 어찌나 기묘한가. 단지 밥 한 끼 먹었을 뿐인데, 나는 눈앞의 사내를 마치 오랜 친구처럼 대하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그의 몸을 부축하며, 그저 응급차가 필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생사가 오가는 점심 식사가 끝났다. 우리 네 명은 길거리 쇼핑을 하며, 다음은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소곤) 선배, 노래방 같은 곳을 찾아보죠. 길거리에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걸려버릴 거예요. (소곤) 그렇네, 그렇게 하자. 히쨩, 우리 노래방 갈까? 좋아. 근데 방금 점집을 하나 봤는데, 우선 거길 가 보고 싶어. …… 안 좋은 예감이 드네. 어서 오세요. 이한시의 점집은 여기밖에 없는 거냐?! (소곤) 어, 어쩌지?! 카비 씨가 우리 얘기를 하진 않았겠지? (소곤) 다, 당황하지 마세요, 우리가 이러고 있는 것도 모를 테고, 그냥 우리는 점을 안 보면 되죠…… 안녕하세요. 애정운을 좀 보려고 하는데요, 나나쨩, 너네도 한번 볼래? 나, 나는 됐어…… 그럼 안 되지, 미래엔 변수가 많다고. 미리 알아 두는 게 사랑을 지키는 데도 좋아! 이왕 왔으니까 같이 보자. 연인…… …… …… 카비는 고개를 들고선 나와 시라이시 선배를 훑어보았고, 우리의 심장은 폭발할 것만 같았다. 다행히 그녀는 별말을 하지 않았고, 고개를 숙이곤 테이블에 타로 카드를 늘어놓으며 히쨩을 위해 점을 봤다. ……올바른 위치의 연인, 앞으로 더 친밀해지겠네요. 결과가 나쁘지 않습니다. 바로 연인이 뽑히다니, 히쨩 운빨이 괜찮네. 운명이지, 그게 왜 운이야. 너희들 차례야, 나나쨩. 그래…… 나와 시라이시 선배가 앉자, 카비 씨는 타로 카드를 치우고선 수정 구슬을 테이블 중앙에 놓았다. 왜 타로 카드를 사용 안 하죠? 점은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정확한 방법으로 해야 운명의 답을 이끌어 낼 수 있죠. 조용히 미래를 기다려 보세요. ……호오, 흥미롭군. 무, 무엇을 봤는데요? 손을 잡고 같이 가는 모습, 호흡이 잘 맞고, 친밀하고…… 당신들의 현재가 보이는군요. 하지만 일말의 미래도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안개가 제 눈을 가리듯이, 이렇게 운명의 꼬리를 만질 수 없는 건 오랜만이군요. 나나쨩의 미래 애정운이 안 좋다는 거 아냐? 점술사님, 한 번 더 점을 쳐보는 게 어때요? 강제로 운명의 커튼을 젖히는 행위는 실례랍니다, 하지만…… 주동적으로 미래에 다가가는 것은 괜찮겠죠. ……점술사 씨는 그래서 어떻게 보시는지요? 이것은 스승님이 제게 주신 부적입니다, 집에 놔둔 지 좀 됐죠. 하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이걸 들고 나오고 싶더군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것이 주인을 바꾸고자 하는 게 아니었나 싶네요. 네, 살게요. 얼마죠? 미래의 가격은 목마른 자가 결정을 내리는 것이죠. 결국 돈에 눈이 먼 것인가…… 카비 씨가 우리 관계를 폭로하지 않은 걸 봐서, 난 이걸 우리 두사람을 위한 입막음 비용이라 생각하고 두 배 가격으로 부적을 사기로 했다. 훗…… 감사합니다. 응? 미안, 전화 좀 받을게. 여보세요…… 에? 지금? 미안한데, 지금은 좀…… 왜 그래? 잠깐만…… 수영부에서 사람이 부족하다고 해서 나한테 대타를 뛰어줄 수 있는지 물어보네…… 괜찮아, 다른 사람 찾아보라고 해야지. 기다리고 있을 텐데, 그냥 가 봐. 우린 지금 데이트 중인데, 너만 혼자 남겨두고 가는 건 좀 그렇지 않아? 그냥 가도 괜찮아, 어차피 사람은 제대로 구했는지 계속 걱정할 거잖아. 그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놀면 재미없으니까. 어차피 데이트는 다른 날 또 해도 되고. 그렇긴 하네…… 그럼 네 말대로 할게. 미안, 히쨩! 나 학교에 가 봐야 할 것 같아, 다음에 한턱 낼게. 그래, 가 봐.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다른 사람을 도와주러 간다고는 하지만, 데이트 도중에 가 버리는 건데 화나진 않아? 괜찮아요, 이미 습관이 돼 버렸으니까요. 나나가 그런 성격인 걸 어쩌겠어요, 또 그게 인기 있는 이유기도 하고. 와아, 너무 다정하다. PLAYER, 이렇게 배려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투정 좀 부려도 괜찮아. 하하, 역시 질투하는 반응을 보이는 게 맞으려나? 질투하는 모습이 더 귀엽잖아, 더 늦기 전에 응원하러 안 가면 하루 종일 연인 흉내 냈던 게 물거품이 될 거야. …… 들켰나? 좋지 않다, 어떻게 걸린 거지? 이제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