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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천 신사로 돌아가 본다

혼천 신사로 돌아가 본다 마이와 함께 혼천 신사에 도착하니, 멍지로와 이치히메가 햇볕을 쬐고 있었다. 푸린을 본 적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아이하라 마이]두 분, 오늘 푸린 본 적 있으신가요? [멍지로]본 적 없다멍. 이치히메, 넌 계속 복도에 있었잖아. 뭐 본 거 없어? [이치히메]이치히메도 못 봤다냥. 중간에 잠들어 버려서 모른다냥! [멍지로]졸아 놓고 뭐가 그렇게 당당한 거냐멍? [이치히메]그건 이치히메가 꿈에서 주인을 봤는데 일어나 보니 정말 주인이 왔다냥~ 멍지로가 뭘 몰라서 그러지, 이건 졸은 게 아니라 예지몽을 꾼 거다냥! [이치히메]주인, 이치히메가 정원에서 고양이 찾는 걸 도와줄까냥? [player]그럼 부탁할게. [이치히메]멍지로! 게으름 피우지 말고 너도 도우라냥! 이치히메와 멍지로가 도와준 덕분에 혼천 신사를 안팎으로 금방 둘러볼 수 있었지만, 여전히 푸린은 보이지 않았다. 혼천 신사에 있는 고양이라곤 이치히메뿐이었다. [아이하라 마이]없네요…… 혼천 신사에도 없는데, 푸린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마이는 많이 실망한 듯했다. 우리가 이쪽으로 먼저 온 건, 마이가 푸린을 데리고 혼천 신사에 몇 번 온 적이 있어서 혹시나 여기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player]너무 실망하지 마. 푸린은 조금만 걸어도 쉬어야 할 정도로 체력이 약하니까, 그렇게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야. [이치히메]마이, 너무 걱정하지 말라냥. 푸린은 똑똑한 아이니까 별일 없을거다냥. [멍지로]나도 걱정 말라고 하고 싶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멍. 어쨌든 그 고양이는 마이한테 가족이나 마찬가지니까멍. [아이하라 마이]맞아요, 푸린이랑 같이 지낸 지도 벌써 4년이나 됐네요…… 마이는 추억에 잠겨 푸린을 처음 만난 날에 대해 이야기했다. 얼룩 고양이 푸린은 새끼 때부터 저녁마다 신사 근처에서 밥을 얻어먹곤 했는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천월 신사 정원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고 한다. 착한 마이는 고양이가 감기에 걸릴까 봐 간단하게나마 집을 만들어 주었고, 그때부터 그 얼룩 고양이는 천월 신사의 가족이 되어 푸린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더군다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푸린은 마이의 유일한 가족 같은 존재였기에, 푸린의 실종은 마이에겐 분명 괴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아이하라 마이]벌써 점심시간이네요. 푸린은 밥이나 먹었을지…… [멍지로]밥…… 생각났다멍. 번화가 쪽 유기 동물 보호소에서 길고양이한테 고양이 통조림을 준다던데, 거기 있을지도 모른다멍. [이치히메]고양이 통조림?! [멍지로]이치히메, 조심해. 그거 때문에 길고양이가 되지는 마라멍. [이치히메]냥? 이치히메는 고양이 통조림 같은 건 안 먹는다냥! 주인이 더 맛있는 간식을 줄 테니까냥! 마이는 푸린이 갈 만한 곳을 알려준 멍지로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하며, 나를 끌고 유기 동물 보호소로 향했다. [아이하라 마이]보호소에 푸린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player]가 보자. 보호소 밥이 입에 맞아서, 계속 거기 있길 바라야지. [이치히메]주인도 힘내라냥.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치히메를 불러라냥! [멍지로]나도 이따 나갈 때 신경 써서 볼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겠다멍. 유기 동물 보호소에 도착하자, 고양이 무리가 야옹대며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었다. 마이와 함께 직원의 허락을 받고 '고양이 랜드'로 가 보았다. [player]고양이가 엄청 많네…… 그런데 여기에 푸린은 없는 것 같아. 뚱뚱한 푸린은 고양이들 사이에서도 눈에 띌 것이다. 그래서 두 바퀴를 샅샅이 뒤져본 후, 푸린은 여기 없다고 빠르게 결론지었다. 하지만 마이는 포기할 수 없는지 계속 푸린을 부르며, 푸린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하라 마이]푸린, 푸린……! 숨바꼭질 그만하고 이제 나와, 마이가 걱정하잖아! 푸린……! [아이하라 마이]……주인님…… 푸린은 여기 없는 것 같아요…… 시간이 갈수록 마이가 더 우울해하는 것 같아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player]고양이가 갈 만한 데는 많아. 이 근처에서 다시 찾아보자. 하지만 무작정 주변을 둘러본다고 해결되는 건 아닐 것이다. 다른 단서가 있으면 좋을 텐데. [아이하라 마이]주인님…… 푸린이 여기 없다는 건, 배부르게 먹고 다른 데로 간 거 아닐까요? 직원분한테 한번 여쭤볼까요? [player]그것도 방법이지만, 매일 고양이들이 이렇게나 많이 오는데, 직원이 기억할까…… [player]……그래도 한 번 물어는 보는 게 좋겠어. 마이, 핸드폰에 푸린 사진 있지? 푸린은 눈에 띌 정도로 뚱뚱하기도 하고, 사진까지 보여 준다면 직원도 뭔가 기억나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직원에게 푸린 사진을 보여 주며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았고, 운 좋게도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직원]아~ 이 뚱뚱한 고양이, 오늘 왔었죠. 밥 먹고 번화가 쪽으로 가는 거 같던데요. [아이하라 마이]저, 정말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 그, 푸린이 먹은 통조림 값은…… [직원]괜찮아요. 천월 신사 무녀님이시죠? 옆집 사람이 하도 운이 안 좋아서 무녀님을 찾아갔었는데, 그 후로 일이 잘 풀렸다고 하더라구요. [직원]그러니까, 그 정도는 그냥 신사에 봉납한 걸로 할게요. [아이하라 마이]마, 마이가 여러분께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에요…… 하지만 여러분의 복을 비는 건 당연히 무녀가 해야 할 일인 걸요. 공짜로 받을 수는 없어요. [player]푸흡…… [아이하라 마이]으음…… 갑자기 웃으시다니, 마이가 말실수라도 했나요? [player]아니, 아무것도 아냐. 마이 말이 맞지. 엄청 지조 있어. [직원]하하, 무녀님, 정말 귀여우시네요. 우리 대화를 듣던 직원도 웃음을 터뜨렸다. 직원 말처럼, 마이가 사람을 대하는 진지한 모습은 때론 서툴러서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하라 마이]주인님, 저 진짜 말실수한 거 아니죠? [player]아니, 절대 아니야. 우선 빨리 번화가로 가 보자. 방금처럼 사람들한테 사진을 보여 주면 푸린을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아이하라 마이]그, 그것도 그렇네요. 그럼 가죠, 주인님. 좋았어. 무사히 말을 돌렸다. [점원]아, 이 뚱뚱한 고양이, 우리 가게에 왔었어요. 마침 옥수수를 먹고 있어서 조금 나눠 줬었죠. [점원]그러고는 손님이 와서 잠깐 다른 일을 하다 보니 안 보이더라고요.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네요. 죄송해요. [아이하라 마이]아니에요. 푸린이 와서 방해했다니 마이가 사과드려야죠. [player]단서가 없는 건가…… 번화가에서 푸린의 행방을 묻다가, 지나가던 사람이 푸린을 봤다는 가게에 우릴 데려다주었다. 또 한 번 엇갈린 순간이었다. [player]다른 곳은…… 고깃집 정도겠네. 지나다니면서 보니까, 항상 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리고 있더라고. [아이하라 마이]번화가를 벗어난 것만 아니면 좋겠어요. 이쪽은 차가 적어서 그나마 안전할 테니…… [점원]벌써 가시려고요? 여기까지 오셨는데 옷 한번 보고 가세요, 싸고 품질도 좋아요! [점원]특히 무녀님은 귀여우셔서, 잘 어울릴만한 옷이 많아요! [player]죄송하지만, 지금은 고양이를 찾는 중이라 다음에 올게요, 다음에. [점원]얼마 안 걸려요, 금방 추천해 드릴게요. 이것 보세요, 신상 모잔데, 요새 엄청 유행하고 있어요! 그러더니 점원은 막무가내로 내 머리에 모자를 씌웠다. 거울을 보니, 마치 몰래카메라에 나올 것만 생김새였다. 모자챙 위에 복슬복슬한 털 뭉치는 마치 멍지로 귀 같았다. [아이하라 마이]아, 이거. 마이도 잡지에서 본 적 있어요. 생각보다 주인님이랑 잘 어울리네요. [player]이 모자가 유행이라고? 음…… 괜찮긴 하네. 아, 지금은 바쁘기도 하고, 짐이 있으면 불편하니까. 고양이를 찾으면 다시 올게요. [점원]손님! 마음에 들면 사셔야죠. 마침 할인 중이거든요! [player]하, 하하…… 제가 마음에 드는 것만 할인하는 건 아니겠죠…… 그리고선 마이 손을 잡고 그 '과잉 친절' 점원을 피해 빠져나왔다. 역시 i에게 이런 친절은 힘들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다음에 간 고깃집에서도 별다른 수확이 없었다. [아이하라 마이]주인님,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 나나미 씨네 카페가 있어요. 오후 내내 물도 못 마셨는데, 뭐 좀 마시러 갈까요? 아니면 신사에 돌아가서 쉬는 건 어떠세요? 푸린이 신사에 돌아와 있을지도 몰라요. [아이하라 마이]어쩌면…… 푸린은 어디 숨어서 자고 있는 걸지도 몰라요. 그런 거면 좋을 텐데…… 우리는 오후 내내 푸린을 찾다가 힘이 빠져서 벤치에 주저앉았다. 마이는 내가 지친 걸 눈치챘는지 조용히 말을 건넸다. 괜찮다고 하고 싶었지만, 미안해하는 마이의 눈빛이 느껴졌다. 이럴 때 거절하면 마이 성격상 더 죄책감을 느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