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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상가에 위치한 옷감 매장

jyanshi: 
categoryStory: 

나는 사라와 릴리아를 데리고 카나가 방송에서 소개한 적이 있었던 가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라]어머, 물건이 정말 다양해서 어디부터 봐야할지 모르겠어. 이 가게 정말 마음에 들어! [player]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야. 그럼 천천히 골라 봐, 네가 찾고 있는 게 없더라도 주변에 가게는 많으니까. [사라]아니아니, 여기에서만 한참을 고르겠어. [player]그럼 다음에 또 오면 되지 뭐. 응? 릴리아는 왜 안 들어와? [릴리아]저는…… 사고 싶은 게 없어서, 밖에서 기다릴게요. 미쨩 [미쨩]미야옹~ 릴리아는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선 뒤돌아 앉아 점포 밖에 떨어져 있는 작은 돌멩이들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미쨩 역시 가게에 있는 물건에는 흥미가 동하지 않았는지, 릴리아 옆으로 다가가 일광욕을 즐기기 시작했다. [사라]릴리아, 전에 극단 재봉사가 미쨩한테 옷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거든? 근데 난 물건 고르느라 바쁘니까, 나 대신 미쨩한테 어울리는 옷감을 골라 주지 않을래? [릴리아]미쨩 옷…… 응, 그럼 들어갈게. [릴리아]……미쨩, 이거 어때? 으음, 이것도 나쁘지 않은데? 헤헷. 릴리아는 미쨩을 품에 안고서 가게 안을 돌아다니며 흥미진진한 얼굴로 옷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릴리아도 가게를 구경하는 게 재밌어진 모양이다. 그런데 왜 아까는 들어오길 꺼려했던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간 사라가 미쨩에게 옷을 입힌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고양이가 옷을 입는 걸 불편해한다는 사실은 모를 수 있다고 치더라도, 고양이에게 옷을 입히는 취미는 없었을 텐데…… 이번엔 대체 왜 그런 걸까…… [사라]……저기, 그대, 당신? [player]아, 미안해, 정신줄을 놓고 있었네. 혹시 방금 무슨 말 했어? [사라]이 두 색깔을 조합해 보면 어떨지 물어 봤었어. 혹시 피곤해? 그럼 최대한 빨리 고를테니까, 뭐라도 좀 마시러 가자. [player]아냐 괜찮아, 방금 전엔 뭘 좀 생각하느라 그랬어. [player]어디 보자…… 녹색이 좀 짙은데, 조금 더 가볍고 밝은 컬러가 좋지 않을까? [사라]나도 같은 생각이야. 다른 걸로 다시 찾아볼게. [player]……이건 어때? [사라]어머, 제법인데? 역시 당신과 같이 사러 온 게 참 잘 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player]하하, 과찬이야. 그러고 보니 무대 의상은 전부 직접 만드는 거야? [사라]내가 만드는 건 아니고, 극단에 재봉 전문가가 있어서 그냥 옷감을 골라 가져다 주기만 해. 이러면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더라구. 무엇보다 옷감을 고르면서 완성된 모습을 상상하는 게 즐거워서 좋아. [사라]평소엔 혼자 오는데, 오늘 특별히 당신과 함께 왔으니까, 당신 생각도 한번 들어보고 싶어. [player]그럼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겠는걸, 메인 컬러가 이 두 가지 색이라면…… 나는 사라와 함께 몇 가지 천을 비교해 본 뒤, 토론 끝에 대략적인 디자인과 재질, 그리고 색상을 결정했다. 장식만 고르면 되는 시점에서 사라가 릴리아를 불렀다. [사라]릴리아, 이제 장식만 남았는데, 넌 어떤 색이 마음에 들어? [릴리아]허리춤에 꽃…… 언니, 이건 어때? 방금 골랐어. 미쨩도 이게 맘에 들지? [미쨩]냐옹! [사라]“좋아!” 라고 하네. 그럼 이걸로 결정할게. 자, 우리 모두의 영감을 쏟아부었으니, 이제 나머지는 재봉사의 손길에 맡기면 되겠다. [player]새로운 의상과 함께 새 춤을 선보일 생각이야? 상상만 해도 기대되네. [사라]당신이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도와줬으니, 완성되면 당연히 첫 번째로 보여줄 생각이야. [player]만세! [릴리아]언니, 릴리아도 엄청 기대하고 있어… 정말로…… 슬며시 사라의 옷자락을 붙잡는 릴리아의 눈빛에서, 어딘가 슬픈 기색이 보였다. 사라는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에서 무언가 안타까워하고 있다는 기색이 드러났다. [사라]걱정 마, 언니가 약속할게, 너도 꼭 볼 수 있을 거야…… 재료 구입을 마친 뒤, 우리 세 사람과 미쨩은 시장을 구경하기로 했다. 나는 멍지로와 약속했던 대로 먹을 것들을 구매해 혼천신사로 가져다 주었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짐을 챙기곤 사라를 집으로 데려다 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던 중, 사라는 무슨 일인지 극단으로 가는 방향이 아닌 교외 쪽으로 날 데리고 갔다. [player]사라,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사라]내가 요즘 지내고 있는 곳이야, 릴리아의 집이지. 우리들은 구 도심을 지나 교외의 한 공터에 도착했다. 산자락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이 공터에는 신기하게도 수많은 마차들이 세워져 있었는데, 마차 옆에는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과 마차 옆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 어른들이 있었다. 이 장소를 가득 채운 열기를 보아, 여긴 이들의 거주지처럼 보였다. [사라]우리 돌아왔어요. 사라의 앞에 있는 한 천막에서 한 쌍의 남녀가 나오자, 릴리아가 “다녀왔습니다.”라고 외치며 즐겁게 천막에서 나온 남성의 품에 안겼다. 혹시 사라의 부모님인가? 하지만 좀 이상해, 피부색은 비슷하긴 하지만, 이들의 눈은 밝은 갈색을 띠고 있어. 릴리아라면 몰라도 사라는 분명 굉장히 특이한 눈동자 색을 가지고 있는데…… [사라]어랏, 지금 우리들이 어떤 관계인지 생각하고 있지? [player]들켰네, 저분들은 네 부모님이 아니시지? [사라]맞아, 예전에 순회공연을 할 때 만나서 친해진 가족인데, 어쩌다 보니 여기서 다시 만났지 뭐야. 오늘 좀 바쁘다고 하시길래 내가 대신 릴리아를 돌봐주기로 했어. [player]그런 거였군, 실은 릴리아가 너랑 꼭 닮아서 친자매인 줄 알고 있었어. [사라]후훗, 그 말도 틀린 건 아니야~ 저분들은 나랑 같은 고향 사람이거든. 우리 부족은 꼭 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서로를 형제자매로 여겨. [사라]당신도 눈치챘겠지만, 릴리아의 가족 뿐만 아니라, 이곳의 다른 모든 사람들도 내 동향 사람이야. 생각해 보니 '동향'이라는 말도 좀 애매하네. 따지자면 사실 '이방인'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 테니까. [player]이방인? [사라]릴리아, 나는 PLAYER씨랑 구경 좀 하고 올게, 미쨩은…… 잠들었구나, 그럼 미쨩을 잘 부탁할게. [릴리아]응, 알겠어. 나는 사라로부터 모래바람과 함께 떠도는 한 민족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가 이끄는 대로 불어오는 가을 바람을 타고 마차 사이사이를 누볐다. [사라]세상 사람들은 우리 민족을 여러 이름으로 부르곤 해. 어떤 이들은 우리가 모래바람 가득한 고대 국가에서 왔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우리가 비옥한 땅이 있는 검은 대륙에서 왔다고 생각하지. 심지어 우리를 설산의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 나온 설산 고원의 백성들이라고 추측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어. [사라]하지만 이런 건 전부 잘못된 정보야. 사실 우리 조차도 우리의 선조가 어디서부터 여행을 시작했는지 모르거든. 그녀처럼 마차를 타고 세상을 떠도는 이들이 유일하게 확신하던 것은, 자신들이 그 어떠한 사회에도 섞여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아예 '이방인'이라는 표현으로 본인들을 자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라]오래 전에 외할머니께서는 마차를 타는 것에 지치셨는지 외할아버지와 함께 마차에서 내려서 잠시 쉬기로 하셨대. 하지만 어쩌다 보니 그 잠깐이 수십 년이 돼서, 한 곳에 정착해 어머니를 낳게 되셨고, 어머니 또한 그곳의 현지인이신 아버지를 만나 날 낳으셨어. 그러다 보니 나에게는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있었지. [사라]우리 집안의 어른들은 한 곳에 정착해 사는 한가로운 생활에 잘 적응하셨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어. 외할머니는 내 성향이 선조들과 아주 닮았다고 하시더라고. 후훗…… 그래서 그런 건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공연하다가 같은 뿌리의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과 마치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어울릴 수 있었어. 이방인'은 언제든 머무르던 곳을 떠나 새로운 여행을 떠난다. 그렇기에 사라는 어렵게 찾아온 과거 인연과의 해후를 소중히 여겼고, 그녀가 속한 무리를 찾아가 마치 조상들의 삶처럼 동향 사람들과 함께 먹고 자며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player]사라는 이런 생활이 좋은 거야? [사라]좋아하긴 하지만 적응하긴 어려울지도….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player]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