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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에게 간식을 산다

jyanshi: 
categoryStory: 

나의 눈빛이 손에 들린 간식 봉투를 스쳐지나며, 나는 사람을 느긋하게 하고, 살찌우고, 의존하게 만드는 이 간식이란 것의 이름을 다시 정의하기로 했다. 만약 이것의 서비스 대상이 매우 굶주려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이야말로 정말 숭고한 음식이 아니겠는가! 마치 방총패와 같다. 그저 "패도 좋고, 나도 좋지만, 마작의 신이 나쁨"일 뿐이다. 괜찮다면, 이 간식들로 허기 좀 채워. 와── 엄청 많네. PLAYER, 살찌는 거 조심해. ……먹을 걸 주는데도 날 저주하는 거야? 이건 원래는 이치히메한테 주려던 거야. 요즘 왠지 모르게 먹는 양이 많아졌거든. 아, 난 알 것 같아. 에인은 작은 과자 봉지를 뜯어 입으로 넣곤, 과자를 씹으며 나와 대화를 이어갔다. 일전에 마작을 하던 중에 이치히메가 말했었어, 아마도 "링랑에게 얕보여선 안 된다냥"이라고 했던가. 링랑인가…… 어디 보자, 걔네들은 그냥 내 지갑을 얕보이게 만들려는 것 같은데! 하하. 그럼 돈 열심히 벌어야겠네, PLAYER. 다음번에 내가 좋은 일거리 생기면 소개해 줄게. 됐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최근 터무니 없이 올라 버린 디저트의 가격이 떠올랐다. 에휴…… 디저트라면, 내가 가격도 좋고 맛도 좋은 가게를 알고 있지. 그래?! 내 친구가 어딘지 알고 싶다는데. 하하, 네 간식을 공짜로 먹을 순 없으니까 이렇게 된 거 아예 그냥 데리고 가 줄게. 보아하니, 이미 음식이 에인을 불운의 구렁 속에서 구출해 낸 모양이다. 과자 두 봉지와 빵 한 조각, 탄산음료 한 병을 해치우고, 그는 힘찬 발걸음으로 날아가듯 날 디저트 가게로 이끌었다. 빨간불이군, 잠깐 기다려야겠어. 어어. 난 고개를 들어 빨간불의 카운트를 보았다. 아직 293초 남았다. 이한시는 자체적인 화폐가 있고, 자체적인 계량 단위도 있고, 자체적인 신호등 시간까지 있다. 때문에 난 묵묵히 휴대폰을 꺼내어 지하철에서 다 읽지 못한 소설을 열었다. 곁에서 적극적으로 내게 도로 상황을 설명해 주는 에인을 방치한 채. 여기는 차가 굉장히 많아, 나와 떨어질 것 같으면 내 꼬리를 잡아도 돼. 앞은 물웅덩이니까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 우왓── PLAYER, 조금만 뛰면 완벽하게 다음 초록불 신호를 받을 수 있어. 안전하게 세이프, 럭키. 이때, 어째서인지 무사가 에인에 대해 평가했던 말이 떠올랐다. "시끄럽게 말이 많군." 에인…… 응? 왜 그래? 뭐 필요한 거 있으면 편하게 얘기해, 결과는 보장할게. 아니다, 됐어. 사실 곁에 이렇게 활력 넘치는 사람이 있는 것도 나쁘진 않다. 특히 말 한마디 한마디 관심과 애정이 넘치는 걸 들으며 유치원 이후론 이런 느낌을 거의 받아보질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인 덕분에 멀게만 느껴졌던 길이 그렇게 멀어 보이지 않게 됐다…… 아니지, 어라? 이 길은? 잠깐, 이 길 낯이 익은데…… 내 기억으로 여긴 이한시 놀이공원으로 가는 길인데? 하하, 놀이공원 입구에 도착하고 나서야 알아챌 줄 알았는데. 우리가 가려는 가게가 놀이공원에 있어? 정확히 말하자면, 놀이공원 근처에 있지. 이한시 중심이랑 거리는 있지만 먼 곳은 먼 곳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고. 조금만 더 버텨 봐, 왼쪽 길로 가면 십 분 정도면 도착할 거야. 에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자, 익숙한 사거리가 눈 앞에 들어왔다. 같은 목적지를 향하는 전혀 다른 두갈래 길이 내 앞에 펼쳐졌다. 오른쪽 길의 양측으로는 울창한 나무들이 촘촘하게 늘어서 있었고, 햇빛이 내리쬐는 모습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한쪽에 우거진 덩굴들은 나뭇잎과 함께 천연의 녹색 장벽을 이루었다. 그리고 에인의 손가락이 가리킨 좌측 길은 아직 울퉁불퉁한 걸 보니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시골길 같았다. 오른쪽은 어디로 가는 거야? 아, 거기도 같아. 삼십 분 정도 더 걸리긴 하지만. 십 분과 사십 분이라…… 지금까지는 걸어오는 동안 계속 에인이 나를 급하게 끌고 다니기만 했으니까 이번엔 내가 선택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