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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와 과학

物語: 
絆レベル: 

이치노세 소라의 어린 시절은,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와 병원 특유의 순백색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소라는 몸이 허약해 어릴 적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입원을 해야만 했다.
병원에서의 나날은 항상 똑같았다. 같은 시간에 주사를 맞고,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같은 시간에 잠을 자고…… 직업 정신이 투철한 간호사들은, 소라가 의사 선생님이 짜 준 시간표를 지킬 수 있도록 엄격히 감독하곤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소라의 일상이 무미건조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같이 병실을 쓰는 고등학생 덕분이었다.
"야, 꼬맹아, 이게 뭐게?" 고등학생이 손을 흔들자, 넓은 환자복 소매에 숨어 있던 병이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소라는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형아, 또 식당에서 후추를 훔친 거야? 간호사 누나가 보면 화낼 텐데."
"쉿…… 조용히 해, 이건 중요한 도구라고. 이게 있어야 너한테 '마술'을 보여줄 수 있어."
고등학생은 쉿 하는 손짓을 하고선, 후춧가루를 물이 가득 담긴 그릇에 붓고 비누칠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후춧가루는 손가락으로부터 도망치듯 빠르게 흩어졌다. 다시 꺼낸 손가락에는 후춧가루가 한 톨도 묻어 있지 않았다.
"우와, 모세의 기적 같아!" 소라는 작은 손으로 연신 박수를 치며 열렬한 관객으로서 환호를 보내 주었다.
"후후, 모세의 기적도 아는구나?" 고등학생 형은 눈썹을 치켜올리고선 천천히 원리를 설명했다. "이건 기적 같은 게 아냐, 후춧가루가 흩어진 이유는 비누가 물에 녹으면서 표면장력을 약하게 만들었고, 표면장력이 크게 남아 있는 곳으로 몰려가서 그런 거야. 이게 바로 과학의 힘이지."
비슷한 광경이 매일마다 병실에서 펼쳐지곤 했다. 물을 가득 담았더니 반대편에 비치는 화살표의 방향이 바뀌는 물컵이라던가, 불에 타지 않는 물풍선이라던가, 연필로 찔러도 물이 새지 않는 비닐봉투라던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들이 고등학생 형의 손에서 마술 도구로 바뀌는 모습은, 언제나 그에게 놀람과 기쁨을 안겨 주었다.
아직 어린 소라는 렌즈의 원리도, 표면장력도 몰랐지만 서서히 과학에 대한 열정과 탐구열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형은 기뻐하며, 항상 우리도 스타크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되뇌이곤 했다.
"그게 누구야?" 비뉴턴 유체 제작에 열심이던 소라가 물었다.
"책 '강철인간'의 주인공이야, 우리처럼 심장병을 앓던 사람이지. 수술로 기계 심장을 장착하고,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됐어."
그것은 소라의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던 SF 영화였다. 그는 머리를 긁고선, 형이 품고 있던 환상을 무자비하게 깨뜨렸다.
"근데 형, 그건 영화잖아. 누나가 말해 줬는데, SF 영화에 나오는 건 전부 가짜랬어……"
"소라, 진실이랑 거짓은 실현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갈리는 거야." 병상에 누워 있던 고등학생 형이 몸을 일으키고는, 고개를 숙여 소라와 시선을 맞추었다. "SF 작품들이 보여 주는 환상은…… 인류가 미래에 대해 품은 희망이자, 과학 기술에 대한 청사진이고 예언이야."
소라는 이때, 이 고등학생 형이 이토록 격정적이면서도 경건한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다.
"내가 왜 파란색을 좋아하는지 알아? 어릴 적부터 난 대부분의 시간을 병실에 누운 채로 하늘을 바라보며 보냈거든. 언젠간, 우리도 기계 심장을 달고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 거야. 그때가 되면 같이 풀밭에 가서 달리기 하자 아마 그때가 되면 풀밭의 초록색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
"진짜?" 소라는 조용히 물었다.
"진짜지."
예비 과학도들 사이에 마음이 통하는 무언가라도 있었던 걸까. 고등학생 형은 퇴원하면서 자신을 간호해 주던 간호사들에게 행운의 부적을 선물로 준 것 외에도, 소라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나를 남기고 떠났다.
숫자 0과 1이 가득 쓰여 있는 A4 용지였다. 소라 정도 나이대의 어린 아이가 풀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암호였다. 소라는 어쩔 수 없이 그것을 고이 넣어 두며, 자신이 조금 더 커서 꼭 풀어보겠다고 결심했다.
다만, 예상치 못한 사실이 있었다. 암호가 상상 이상으로 복잡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독학으로 코딩을 배웠어도 그 문제를 풀 수는 없었다.
많은 시간이 흐른 뒤, 고전 영화를 다시 돌려 보던 소라가 《강철 인간》의 어느 한 장면에서 그 숫자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는 영화 속 주인공의 방법대로 암호를 풀고선, 이를 조용히 되뇌었다……
우리의 삶을 과학의 꿈으로, 그리고 꿈을 현실로.